어제 너무나도 많은 조류들을 보고 오늘도 어떤 조류가 있을지 기대하고 남항을 탐조하러 갔다.
- 물이 꽉 찬 P3에는 흰뺨검둥오리(Anas poecilorhyncha)들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했다. P3가 물에 꽉 차 버려 여기 있던 조류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좀도요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몇몇 남은 조류들을 관찰이라도 해야겠다 하고 관찰하자 흰뺨검둥오리 - Spot billed duck가 먼저 보였다.
- 얼떨결에 넓적부리(Anas clypeata) 수컷도 4마리 발견됬다.
계속 발견이 되지 않던 넓적부리 - Northern shoveler 수컷도 갑자기 4마리나 발견되었다. 물 높이가 올라가자 나타난 것이다. 넓적부리 왼쪽으로는 큰뒷부리도요 - Bar tailed godwit들이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확실히 도요류들은 갯벌뿐만 아니라 이렇게 쉴 장소도 한꺼번에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 물이 꽉 차버려 환경이 너무나도 변해버린 P3의 모습. 갈대 근처까지 모조리 물에 잠겨버렸다.
이런 환경에 어안이 벙벙해 있을 때쯤.. 어떤 어른 한 분께서 어떤 일 때문에 여기 왔나 하여 조류 촬영 때문에 왔다 답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은 바로 목포자연사박물관의 조류 담당인 김석이 박사님이셨다! 몇십 년간 남항을 조사하시고 한국 대표로 호주까지 가서 도요물떼새를 연구하시는 엄청난 박사님이셨다.
어쩌다 보니 너무나도 대단한 분을 만나 무척이나 반가웠다. 조류를 제대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주변에 새를 보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특히 박사이상의 분들은 아니더라도 전문성이 어느 정도 있는 지인들을 사귀고 싶었는데 이렇게 조류, 특히 남항을 몇십 년째 연구 중이신 분을 만나게 되다니 너무나도 기쁘고 영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 또한 어릴 때 김박사님이 자연사박물관에서 주최한 도요물떼새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남항이 파괴되기 전에 왔었던 기억이 아주 조금 남아있어 어른이 되어 이곳을 다시 한번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박사님은 새를 보는 나를 너무 반가워 하시며 엄청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 남항에서 발견된 검은머리물떼새의 둥지였다!
바로 검은머리물떼새가 둥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뒤 깨어나게 될 것 같아 하루하루 와서 모니터링하셨다는데 물에 잠겨버려 박사님도 엄청 놀랬다고 하셨다. 이걸 이때 본 나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가장 흥미 있어하는 검은머리물떼새의 둥지가 하루 만에 이렇게 물에 잠겨버리다니..
-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날아온 둥지의 주인인 검은머리물떼새(Haematopus ostralegus osculans) 부부.
박사님과 여러 이야기를 하던 도중 검은머리물떼새 - Eurasian oystercatcher 부부가 나타났다. 둥지에 미련이 남는지 저 주변을 계속 빙빙 돌며 배회하는데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래서 몇 일 전에 한 마리가 저 주변에서 돌아다녔구나 이제야 이해가 갔다..
- 도중에 흰물떼새(Charadrius alexandrinus) 무리도 날아갔다.
- 하루만 더 늦게 물이 찼더라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
- 20여분이 지나고 한 마리가 떠나자 다른 한 마리도 5분 정도 더 있다 P3를 떠났다..
검은머리물떼새와 P3의 환경은 너무나도 마음 아팠지만 처음으로 김박사님을 만나고 조류에 대해 더 깊게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박사님과 함께 여러 활동들도 같이 탐조하고 연구 조사하며 다니고 있는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너무나 고마우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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